사울왕은 다윗을 정적으로 여겼다. 몇 번이고 죽이려고 하였다. 다윗은 제사장 아히멜렉이 있는 놉으로 도망쳤다. 아히멜렉은 다윗을 떨며 영접했다. 홀로 있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되어 묻기도 하면서, 다윗이 요구하는 먹거리와 무기를 내주었다. 그 자리에 있던 에돔 사람 도엑은 후에 사울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었다. 사울은 제사장 아히멜렉을 불러서 다윗과 공모한 자라고 몰아세웠다. 황당한 일이었다. 아히멜렉은 [이 모든 크고 작은 일에 관하여 아는 것이 없나이다](삼상22:15) 답했지만 사울의 명령으로 죽임을 당했다. 한 사람을 빼고 놉에 살던 사람들은 다 살해당했다. 아무리 아히멜렉이 정치에 관해 모른다고 하여도, 사울의 눈에는 다윗의 공모자로 해석되었다. 다윗에게 먹거리를 제공하는 인도주의의 행동조차도 처형의 이유가 되고 만 것이다.
놉에 살던 모든 사람들이 다 처형되었을 때 한 사람 아비아달은 도망쳐서 살았다. 다윗에게 가서 일어난 일을 알렸다. 다윗은 그 말을 듣고 [그 날에 에돔 사람 도엑이 거기 있기로 그가 반드시 사울에게 말할 줄 내가 알았노라.](삼상22:22)고 한다. 다윗은 일어날 일을 자신의 예민한 정치적 감각으로 알았다. 알았지만 사울이 놉에 살던 제사장 가문을 전멸시킬 것이라고 까지는 예상하지 못했거나, 아니면 알았어도 대비를 하지 못했던 것이리라. 알지 못하는 것이나 아는 것이나 다 사울이라는 변수 앞에 무너지고 말았다.
아히멜렉처럼 알지 못해도 피해를 입고, 다윗처럼 알아도 무대책이다.
사도 바울은 지혜를 자랑하는 고린도 교회 성도들에게 [지혜 있는 자들의 생각을 헛것으로 아신다](고전3:20)고 하였다. [만일 누구든지 금이나 은이나 보석이나 나무나 풀이나 짚으로 이 터(=그리스도)위에 세우면…그 날이 공적을 밝히리니 이는 불로 나타내고](고전3:12,13) 수 많은 생각과 계략과 자랑들이 난무하는 세상이다. 불에 타고 말 생각들, 헛것이 얼마나 많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