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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06-08 11:40
존 스토트 목사님 신문기사 내용
 글쓴이 : 서은성
조회 : 2,076  
존 스토트의 유언같은 당부
[국민일보] 2010년 06월 07일
 
''세상을 거슬러라'' ''그리스도를 닮아가라'' ''성숙하라'' ''창조세계를 돌보라'' ''균형을 갖추라'' ''단순해져라'' ''독립이 아닌 의존해라'' ''죽으라''

세계적 기독교 지성이라 일컫는 존 스토트(90·사진)가 전세계 그리스도인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메시지다. 그는 2007년 4월 모든 공직에서 은퇴한 뒤 성공회 목회자들의 은퇴 시설에서 이 땅에서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지난해 봄 이 거처에서 친필로 ''The Radical Disciple''을 저술했다. 이 책은 최근 ''제자도''(IVP)란 이름으로 우리말로 번역돼 나왔다. 스스로 "나의 마지막 책"이라고 밝힌 책 내용이 왜 제자도일까. 그는 "보통 우리는 선택적인 태도를 취함으로써 철저한 제자도를 회피한다"며 "종종 무시되지만 진지하게 고민할 가치가 있는 기독교 제자도를 말해주고 싶었고, 그 대상은 나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스토트가 말한 ''급진적 제자''의 첫 번째 특징은 세상을 거스름(불순응)이다. 그는 다원주의, 물질주의, 윤리적 상대주의, 나르시시즘(자기애)을 그리스도인을 삼키려 하는 대표적인 현대 사조로 꼽았다. 스토트는 각각의 사조에 대해 진리의 공동체·순례자의 공동체·순종의 공동체·사랑의 공동체로 맞서야 한다고 했다.

다음 특징은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것이다. 스토트는 "하나님은 자신의 백성들이 그리스도처럼 되기를 바라신다"고 말했다. 그리스도는 성육신하셨고, 섬김의 삶을 사셨고, 사랑과 인내의 삶을 사셨다. 그는 특히 우리를 세상에 보내심으로 선교적 사명을 감당하신 그리스도를 본받을 것을 권한다. 스토트는 "성육신적 선교가 의미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라며 "진정한 선교는 모두 성육신적"이라고 강조했다.

''급진적 제자''의 또 다른 특징은 성숙이다. 그는 "목회 사역이나 리더로 부름받은 모든 이에게 이보다 더 큰 목표는 있을 수 없다"며 "우리가 책임지고 있는 이들 모두가 그리스도 안에서 성숙한 자로 세워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것은 지금 제3세계 교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성장''과는 분명 다른 개념이다. 스토트는 이것을 "깊이 없는 성장" "어디에나 퍼져 있는 피상적인 제자도의 모습"이라고 묘사했다.

급진적 제자도는 개인적이거나 사람의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창조 세계에도 적용된다. 창조세계를 돌보는 것은 그가 말한 ''급진적 제자도''의 네 번째 특징이다. 낭비를 피하고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하고, 세상의 가난, 착취, 불의 같은 문제에 침묵하지 않는 일도 창조세계를 돌보는 것이다. 스토트는 "예수의 제자라고 주장하면서 그분의 소유인 이 땅에 관심이 없는 그리스도인들이 있다는 것은 불가사의"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급진적 제자도의 특징은 단순함이다. 스토트는 특별히 돈과 소유에 대한 단순함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주도했던 74 로단대회 선언문 9항을 예로 들었다. 선언문 9항은 이렇게 돼 있다. "우리 모두는 수백만에 달하는 빈곤 인구들로 인해 충격을 받았으며, 그 가난을 일으킨 불의로 인해 혼란스럽다. 부유한 환경에서 사는 우리는 구제와 복음 전도에 더욱 기여하기 위해 단순한 삶을 살아야 할 의무가 있음을 받아들인다."

그는 "책임있는 삶을 살라는 부르심은 책임있는 증인이 되라는 부르심과 분리되어서는 안된다"면서 "메시지와 삶이 모순될 때 우리 메시지의 신뢰성은 현저하게 떨어질 것"이라며 그리스도인의 단순한 삶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저작물에 대한 인세 대부분을 제3세계 젊은이들을 돕기 위해 74년 설립한 국제랭함파트너십에 기증했다.

균형 역시 스토트가 ''급진적 제자도''의 특징으로 꼽는 것이다. 그것은 개인 신앙과 교회 공동체에서의 교제, 예배와 일, 순례자와 시민의 삶의 조화를 말한다. 스토트는 "우리는 개인적인 제자이면서 교회의 구성원이며 예배자이면서 증인이며, 순례자이면서 시민"이라며 "이같은 제자의 포괄적인 정체성을 잊어버리는 태만에서 제자의 실패는 비롯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가 강조한 제자도의 특징은 의존성이다. 스토트는 "하나님 없이 살려는 시도, 그것이 바로 정확히 죄가 의미하는 바"라고 지적했다. 자신의 경험을 들려줬다. 2006년 8월20일 주일 아침,  올오소울즈교회 설교를 하기로 돼 있던 그는 잠시 빨래를 마무리하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의자에 거려 넘어지는 바람에 갑자기 구급차 신세를 져야 했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감정을 드러내지 말라''는 영국 명문사립학교 럭비스쿨 출신답게 눈물을 잘 보이지 않는 목회자로 유명했다. 적어도 병원에 실려가기 전까지는. 하지만 병원에서 그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의사, 간호사, 간병인들의 도움 없이는 그저 무능한 한 사람에 불과했다. 그는 면회온 친구와 얘기하면서 펑펑 눈물을 쏟았다. 그는 당시 눈물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다. "인간의 연약함과 나약함 때문이었다. 그것(눈물)은 고통스러웠지만 나에게 자유를 가져다주었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는 자립이 필요하지만 급진적인 제자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태도는 의존이라 생각한다"며 "우리 인생을 향한 하나님의 계획은 우리가 의존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유언이 제자도였던 것도 이런 경험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스토트가 급진적 제자도의 마지막 특징으로 꼽은 것은 죽음이다. 약함을 통한 능력, 고난을 통한 영광, 죽음을 통한 생명 등 그리스도인의 역설적인 특징을 묘사한 것이다. 그는 "하나님의 은혜로 글을 쓰는 지금 나는 89세에 이르렀기에 독자들은 내가 이런 것들(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것을 이해할 것"이라며 "마지막이 멀지 않은 지금, 나는 죽음을 통한 생명이라는 역설을 통해 격려를 받는다"고 고백했다.

스토트는 1945년 목사 안수를 받은 뒤 2006년 8월 마지막 설교를 할 때까지 평생 영국 런던 올소울즈교회의 교구 목사, 설교 목사로 사역했다. 74년부터 로잔대회 신학과 교육분과 위원장을 맡아 복음주의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을 받고 있다. ''기독교의 기본 진리'' ''현대의 기독교'' 등 수십권의 베스트셀러 저자이기도 하다. ''가족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사역이나 여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로 평생 독신으로 살았다. 2004년 11월 뉴욕타임즈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루스는 "만약 개신교에서도 교황을 선출한다면 존 스토트가 그 첫 번째 대상일 것"이라고 칭송하기도 했다.

박명은 10-06-08 14:54
 
런던 올 소울즈 교회 강좌의 주제강연 영상이 cgntv에 있어서 주소 남깁니다. ^^
http://www.cgntv.net/preach/program.asp?pid=2768
이게 언제 영상인지는 몰라도 cgntv에는 올해 초에 올라왔더라구요..
박지이 10-06-08 17:26
 
급진적 제자도의 특징 하나하나가 정말 와닿습니다. 요즘 개인적으로는 성숙에 대한 간절함이 있어요.다시 한 번 열심히 기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해 주셔서 감사한 말씀입니다.
서은성 10-06-24 07:16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해서 바로 읽었습니다. 죽음을 앞둔 모습이 배어 있었습니다. 한 가지 내용이 특히 인상에 남습니다. 단순함!
위 신문 기사에 나오는 사진이 바로 떠올랐습니다. 한국에 오셨을 때 입으셨던 하늘색 자켓인데, 그 자켓을 오랜 시간 입으셨다고 했습니다. 오늘 우리 자신과 한국 교회가 잃어버린 제자도의 모습이 아닐까요.